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다 보면 '이 아이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도 어떤 아이는 충동적이고, 어떤 아이는 차분하죠. 저 역시 두 아들을 키우면서 같은 부모 밑에서도 기질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걸까요? 최근 텍사스 대학교의 행동유전학자 캐서린 페이지 하든 박사와의 대담에서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전자와 환경, 그리고 우리의 선택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실제 연구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청소년기 뇌 발달과 유전적 영향
하든 박사는 청소년기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이 시기에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약물 사용 장애, 우울증, 정신병적 삽화 등이 모두 청소년기에 처음 나타납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로 '다유전성(Polygenic)'입니다. 다유전성이란 하나의 특성이 한 개의 유전자가 아니라 게놈 전체에 분산된 수많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쉽게 말해 키가 크거나 작은 것처럼, 충동성이나 중독 성향도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수백 개의 유전자가 조금씩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유전자들은 임신 2~3기에 태아의 대뇌피질이 발달할 때 가장 활발하게 발현됩니다(출처: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특히 GABA(억제성 신경전달물질)와 글루타메이트(흥분성 신경전달물질) 시스템 간의 균형이 이때 형성되는데, 이 균형이 무너지면 충동 조절이나 공격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조산아가 심리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 균형이 제대로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교사로서 10세 이전에 이미 또래를 괴롭히거나 동물을 학대하는 아이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아이의 아버지도 알코올 중독과 폭력 전과가 있었죠. 당시에는 '유전이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하든 박사의 설명을 들으니 이건 단순한 유전이 아니라 초기 신경발달의 문제였던 겁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했던 건 도덕적 비난이 아니라 신경발달학적 접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흥미로운 건 사춘기 시기에도 유전적 영향이 크다는 점입니다.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여성의 경우 조기 폐경, 정신 건강 문제, 수명 단축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남성의 경우 사춘기 '속도'가 더 중요한데, 하루아침에 신체가 변하면 인지 능력이 따라가지 못해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습니다. 최근 연구에서는 DNA 메틸화(DNA에 화학적 꼬리표가 붙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과정)를 통해 사춘기 시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사춘기를 빨리 겪을수록 후성유전적 시계가 빨리 돌아가고 노화도 빨라진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국립보건원).
중독과 반사회성의 유전적 공통 기반
하든 박사의 연구팀은 약물 중독, 공격성, 위험한 성행동 등 소위 '7대 죄악'이라 불리는 행동들이 유전적으로 겹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알코올 중독인 양부모의 자녀는 양육을 받지 않았더라도 성 파트너가 많고 품행 장애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단순히 약물에서 약물로, 폭력에서 폭력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 이 모든 행동의 근본에 공통된 유전적 취약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세 가지 성격 특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 감각 추구: 강렬함을 향한 욕망, 더 많이 갖고 싶어 하는 성향
- 탈억제: 자기 통제력 부족, 멈출 수 없는 상태
- 냉담함: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부정적 결과를 신경 쓰지 않는 태도
제 친척 중 한 분은 평생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지만, 그의 아들은 일찍부터 자신의 취약성을 인지하고 운동과 명상에 집중하며 악순환을 끊었습니다. 하든 박사는 이를 '유전적 소인을 아는 것이 환경적 완충 장치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예로 설명합니다. 다만 현재의 유전자 검사는 개인의 결과를 예측하는 수준까지는 아닙니다. 다유전자 점수(Polygenic Score)는 집단 수준의 위험도는 알려주지만, '당신이 알코올 중독이 될 확률 80%'처럼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유전적 위험이 낮다'는 결과를 받은 사람이 방심해서 더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한 가족 사례는 유전적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가족의 여성들은 모두 정상이었지만, 남성 절반은 강간, 폭행,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연구 결과 X염색체의 MAOA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었습니다. MAOA는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효소인데, 여성은 X염색체가 두 개라 한 쪽에 돌연변이가 있어도 다른 쪽이 보완하지만,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 영향을 그대로 받은 겁니다. 이 남성들은 형사 사법 시스템에 있었지만, 아무도 유기적인 뇌 문제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들이 일찍 진단을 받았다면 다른 개입이 가능했을까요?
처벌의 심리학과 미래 지향적 정의
1966년 텍사스 대학교 타워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찰스 위트먼은 사전에 자신의 뇌를 부검해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부검 결과 편도체에 종양이 발견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고장 난 기계'처럼 여기며 도덕적 비난 대신 의학적 사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종양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우리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마주할 때, 유전적·신경생물학적 원인을 찾아보려 멈추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처벌받는 것을 볼 때 우리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일반적으로 누군가 충격받는 모습을 보면 내측 섬엽(Insula)이 활성화되어 공감을 느끼지만, 그 사람이 도덕적 규범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보상 회로가 작동하는 겁니다. 니체는 이를 '잔혹성 화폐(Currency of Cruelty)'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처벌을 '빚을 갚는다'는 표현으로 정당화하는 이유는, 사실 타인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얻는 원초적 쾌감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과학적 연구는 가혹한 처벌이 행동 교정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쥐 실험에서도, 아동 심리 연구에서도, 형사 사법 제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벌의 가혹함을 높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잡힐 가능성과 사회 구조 안에서 보상을 얻을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하든 박사는 '미래 지향적 정의'를 제안합니다. 과거에 누가 얼마나 비난받아야 하는지 저울질하는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묻는 겁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원칙도 비슷합니다. 잘못을 했을 때 '넌 나쁜 애야'라고 낙인찍는 대신, '네가 한 일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라고 합니다. 책임은 묻되, 고통을 주기 위한 처벌은 지양하는 겁니다. 사람들을 페널티 박스에 넣는 건 필요하지만, 그 안에서 뜨겁게 달궈진 부지깽이로 때릴 필요는 없습니다.
온라인 경제학 실험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두 가상 마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한 마을은 다른 사람의 기여도를 보고 처벌할 수 있었고, 다른 마을은 익명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처벌 없는 마을을 선택했지만, 3라운드 만에 무임승차자들로 붕괴했습니다. 반면 처벌 가능한 마을은 '많이 받으면 많이 준다'는 규범이 확립되어 번성했습니다. 이는 처벌이 협력 사회의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그 목적이 보복이 아니라 공정성 확립이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유전자는 우리의 시작점을 제공하지만, 끝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하든 박사가 강조하듯, 운이 없다고 해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묻는다고 해서 반드시 가혹하게 처벌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는 교실에서, 그리고 두 아들을 키우며 이 균형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아이들의 유전적 기질을 이해하되, 그것이 운명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갈 출발점임을 믿습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를 이해하는 것이 연민의 근거가 되어야지, 낙인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처벌의 목적이 보복이 아니라 미래의 안전과 회복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