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한솥도시락과 편의점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던 사람이 지금은 14인분의 집밥을 혼자 준비해 양가 가족을 대접할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은 "원래 요리를 좋아했겠지" 또는 "집안 배경이 좋았나 보다"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감자조림 하나 만드는 데 두 시간을 쓰고도 냄비를 태워먹던 사람이었고, 커피 수혈 없이는 오후를 버틸 수 없었던 전형적인 현대인이었습니다. 이 극적인 변화의 중심에는 '나를 위한 집밥'이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실천이 있었습니다.

자기 돌봄: 나를 위한 한 끼가 만든 변화
집밥 수련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자기 존중감의 회복이었습니다. 여기서 자기 존중감(Self-Esteem)이란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기고 스스로를 잘 대우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에게는 유기농 재료로 정성껏 요리하면서 정작 자신은 라면과 토스트로 끼니를 때우는 모순된 상황에 놓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아이 이유식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큼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제 점심은 한솥도시락을 차 안에서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이런 불균형이 지속되면 무의식적으로 아이에게 보상을 기대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희생했는데 왜 잘 안 먹느냐, 왜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느냐는 서운함이 쌓이는 것입니다. 관계심리학에서는 이를 '일방적 돌봄의 역설'이라고 부르는데, 자기 돌봄 없는 타인 돌봄은 결국 관계에 독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저는 남편이 제가 차린 밥상을 대충 먹으면 괜히 화가 나고 섭섭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남편의 문제가 아니라 제가 저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감정의 왜곡이었습니다.
변화는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됐습니다. '아이와 남편을 위해 요리하지 말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나를 위해 요리하고 남은 걸 나눠주라'는 조언을 접한 뒤, 저는 매일 점심을 정갈한 트레이에 담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보며 먹지 않고, 음식에만 집중하며 천천히 씹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설거지가 늘어난다는 생각, 이 시간에 다른 일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조급함이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2주쯤 지나자 몸이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출처: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식사 시 저작 시간이 길어질수록 포만감 호르몬 분비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저를 귀하게 대접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도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만큼, 타인도 존중하게 되는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밥을 안 먹는 아이에게 화내지 않게 됐고, 남편의 작은 실수에도 여유롭게 반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그저 '나를 위한 정갈한 한 끼'였습니다.
대화명상: 부부 갈등을 푸는 생물학적 관점
결혼 생활 초반 5년은 끊임없는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싸웠다"고 기억하는데 남편은 "나는 싸울 생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남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고 서운해하며, 밤새 하천을 걸으며 혼자 분노를 삭이곤 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개념이 '대화명상'이었습니다.
대화명상(Conversational Mindfulness)이란 대화 중에도 자기 마음과 상대 마음을 제3자처럼 관찰하며 알아차리는 소통 방식입니다. 여기서 알아차림(Awareness)이란 지금 이 순간 내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명상의 핵심 개념입니다. 보통의 부부 싸움은 "네 잘못이 뭔지, 내 잘못이 뭔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집중합니다. 하지만 대화명상은 다릅니다. "내가 왜 그 순간 그런 말을 했는지, 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마음은 어땠는지"를 계속 탐색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가능하게 한 건 생물학적 맥락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스탠퍼드대 생물학자 로버트 사폴스키의 저서 《행동》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자유의지가 아니라 유전자, 호르몬, 수면 상태,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관점을 부부 관계에 적용하면, 남편이 저녁에 날카롭게 말한 건 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 수면 부족, 그날의 혈당 상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에서도 수면 부족 시 편도체 활성화로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생리 전 예민한 상태에서, 육아로 지쳐 있을 때, 그 순간의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날카로운 말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걸 인정하고 나니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그때 당신은 어떤 상태였어?"라고 물을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새벽 3~4시까지 물 한 잔 놓고 앉아서 대화한 날도 많았습니다. 감정이 격해져서 중간에 집을 뛰쳐나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돌아와 대화했습니다.
대화명상을 지속한 결과, 지금은 부부 사이 갈등이 현저히 줄었습니다. 남편도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 강의를 함께 수강하고 4박 5일 명상 리트리트에 다녀온 뒤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저와 아이들을 대하는 존중의 태도가 생겼고,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능력도 키웠습니다. 이 모든 변화의 핵심은 결국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었고, 그 힘은 나 자신을 먼저 잘 돌볼 때 생긴다는 걸 배웠습니다.
대사회복: 커피·라면·술을 끊고 얻은 것
3년 전 제 하루는 이랬습니다. 오전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뒤 한솥도시락이나 이삭토스트를 사와 점심을 때웁니다. 고탄수화물과 나트륨 폭탄을 먹고 나면 당연히 혈당이 급등했다가 급락합니다. 오후 2시쯤 되면 미친 듯이 졸립니다. 그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수혈'합니다. 카페인이 몸에 퍼지면 일시적으로 정신이 번쩍 들지만, 동시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과각성 상태가 됩니다. 밤이 되어도 잠이 안 옵니다. 그러면 남편과 야식을 먹고 술 한잔 하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다음 날 아침,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커피를 찾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이었습니다.
대사 회복(Metabolic Recovery)이란 무너진 신진대사 기능을 정상화하여 몸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회복하는 능력을 되찾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저는 스타일스 다이어트 챌린지 100일 동안 이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실천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김(일명 '설밀나튀') 섭취 최소화
- 탄수화물 비중을 줄이고 단백질과 채소 위주 식단 구성
- 간헐적 단식으로 공복 시간 확보 (16:8 방식)
- 일지 작성을 통한 식단·컨디션 기록
처음 2주는 힘들었습니다. 커피를 끊으니 오전 내내 머리가 멍했고, 탄수화물을 줄이니 허기가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3주차부터 몸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알람 없이 눈이 떠졌습니다. 오후에도 졸음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신이 또렷했고, 감정 기복도 줄어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케톤체(Ketone Body) 대사가 활성화된 상태입니다. 케톤체란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뇌에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해 집중력과 기분을 개선시킵니다.
100일이 지나자 제 인생에서 술, 커피, 라면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 지금은 남편이 치맥을 즐길 때도 저는 물 한 잔과 함께 제 식사를 합니다. 억지로 참는 게 아닙니다. 몸이 원하지 않습니다. 대사가 회복되니 뇌가 자극적인 음식을 찾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가 가져온 가장 큰 선물은 '자유'였습니다. 카페인 없이도, 자극적인 음식 없이도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자유 말입니다.
집밥 수련 3년은 단순히 요리 실력을 늘린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 시간이었고, 남편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법을 익힌 시간이었으며, 제 몸의 대사를 회복해 진짜 건강을 되찾은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매일 저녁 세 권의 일기를 쓰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첫째, 둘째, 셋째 각각의 성장과 제 마음을 기록하는 이 시간이 저에게는 또 하나의 명상입니다. 혹시 지금 육아와 가사에 지쳐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면, 오늘 점심 한 끼만이라도 정갈한 접시에 담아 천천히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그 작은 실천이 3년 뒤 당신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